사고의 관성
처음 ChatGPT가 나왔을 때, 사용해 보라는 주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기존 방식을 고집하려고 했던 것이 떠오른다. 지금 와서 보자면, 기술에 대해 연구하겠다고 나선 사람의 행동으로는 매우 부끄러운 것이기도 하고 변화에 도태되기 쉽도록 만드는 취약한 사고방식이기도 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관성적인 성향은 누구에게나 찾아볼 수 있는 것인데, 특히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Fig. 1은 인터넷에서 한때 화제가 되었던 사진인데, Excel을 이용해서 업무를 자동화하는 모습을 보고 굳이 수작업으로 진행하라고 지시하는 것이었다. 이는 둘 다 경험해본 사람의 입장으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것으로서 주로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Figure 1. 엑셀을 사용하지 않도록 종용하는 상사.
관성적인 태도는 새로운 시도를 해 보지 않도록 만들고, 그러한 시도는 다시 경험의 폭을 좁혀 관성적인 태도를 강화함으로써 부정 피드백의 악순환을 만든다. 사람의 경우에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런 점이 잘 부각되어 노인의 경우에는 아주 강한 생각의 고집을 만들어 좋지 못한 결정을 내리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1
물론 이는 인간의 본성에 따른 일반적인 경향성일 뿐이지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명한 노인이라면 누군가 더 나은 의견을 제시했을 때 생각을 바꾸는 가소성을 가질 수 있는가 하면, 아둔한 청년들의 경우에는 편협한 자기 생각에 사로잡혀 눈과 귀를 막곤 하기도 한다.
인간과 가소성
이는 인간의 뇌 가소성에 의해서도 뒷받침되는 것으로 보인다. 인간은 뇌와 머리의 크기가 커짐과 동시에 직립보행을 하며 산도가 좁아져 여성의 출산 사망률이 높아지게 되었다. 자연선택에 의해 인간의 아기들은 미숙아의 형태로 출산되었다. 출산 후 곧바로 뛸 수도 있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인간은 출생 후 수 년 동안이나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정도로 미숙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변한 형태의 사회와 태스크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핵심 원동력이 되었다.2 과연 가소성은 지능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경험적으로나 뇌과학적으로도 언어 등의 분야에는 critical period가 존재하여 유년기를 지나면 원어민과 같이 언어를 다루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게 된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가소성이 감소하는 것은 이러한 과정의 연장선 상에서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의식적 가소성
가소성은 절약을 위한 진화의 결과인 것으로 생각된다. 긴 기간을 생존하다 보면 대부분의 작업들은 반복적이므로 사고에 필요한 에너지를 덜 쓰고 실수가 적게 해내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고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고의 가소성은 그러한 진화적 노력의 결과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오늘날의 경우에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성질은 현명함과는 정 반대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가소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되나 뉴런의 역할에 의한 가소성은 한 인간 개체로서는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이는 의식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의식적으로 낯선 경험들을 시도하고 이를 삶에 반영하는 것은 귀찮고 어려우며 비효율적인 과정이다. 하지만 생활의 방식과 시대의 의식이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의 관점에서는 가장 필요한 노력일 것이다.